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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사무총회를 시작하며

박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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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어떤 의미로든 대단한 해였습니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말이지요. 부정적인 것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열 손가락을 다 채울 수 있을 정도입니다. 2020년이라는 동시대를 함께 지낸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할 겁니다. 


교회적으로는 개척하자마자 코로나19감염사태가 터진(?) 한 해였습니다. 천지창조 다음으로 어려운 것이 개척교회라는 시대에, 개척교회 열 곳 가운데 겨우 한 곳만이 3년 내 자립한다는 통계가 엄연한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말이지요. 시작의 설레임은 너무 빨리 사그라들었고, 경험해보지 못한 염려와 고민들이 우리를 사로잡았습니다. 부지런히 모여도 부족한데, 사람이 사람을 경계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싫어서, ‘다시 만나기 위해 잠시 떨어져 있기’라고 긴 말로 풀어 쓸 만큼 당황스러웠습니다. 신앙적으로,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힘들어지고 또 힘들어졌습니다.


그런데 긍정적인 경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이렇게 살아있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코로나 이전에는 살아있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한 듯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살아있는 것이, 또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그 자체로 은총임을 몸으로 체득하고 있습니다.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안목이 변하니, 하나님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건강해지더군요. 


또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결코 해보지 않을 일들을 겪으며, 익숙한 것을 내려놓는 것을 경험도 하였지요. 이제까지는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전부가 아닌 것들이 참 많았지요? 이렇게 “오직 하나님만이 전부”라는 그 말씀 한 문장을 깨닫는데 온 세상이 필요했습니다. 그 덕에 평생 잃지 않을 말씀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교회는 자랐고, 푸른이들은 더 깊어졌으며, 푸른공동체에 소망과 기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시간을 함께 살아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푸른이’, ‘하늘가족’이라는 말이 참 좋다고 해맑게 웃으며 좋아해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이렇게 지나가지 않을 것 같았던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가 선물같이 주어졌습니다. 선물인지 아닌지는 살아보아야 알겠지요. 선물로 살기 위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한 책에서 우리나라에 “경쟁”이란 단어를 맨 먼저 가지고 들어온 사람이 <서유견문>을 쓴 유길준이었다는 기록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가 1883년 ‘경쟁론’이라는 글에서 맨 먼저 이 단어를 썼다고 하지요. 즉, 그전에는 “경쟁”이라는 단어가 없었다는 것이지요. 단어가 없었다는 것은, 그런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계급 간의 갈등이나 소유에 대한 갈등은 늘 있었겠지만, 적어도 만인이 만인에 대한 경쟁자로 존재하지는 않았습니다. 참 놀랍지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뼛속까지 경쟁사회가 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집값이 오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남들에 비해 얼만큼 오르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버렸습니다. 


잘 사는 것도 행복하고 의미있는 삶을 사는 뜻이 아니라, 남들에 비해 잘 사는 것을 뜻합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경쟁사회에 매몰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세계관을 가지게 되면 사는 게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불행해집니다. 여기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타인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 따뜻한 사랑, 열의, 그리고 사소하고 즐거운 일에 대한 열망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그것이 경쟁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가진 행복의 열쇠입니다. 


그 행복의 열쇠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경쟁이라는 쳇바퀴에서 뛰어내려야 합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는, 그리스도인들은 그 쳇바퀴에서 뛰어내린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행복한 결과가 기다려서가 아니라 그렇게 은혜의 질서를 따라서 거룩하게 사는 것이, 그리하여 세상을 거북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생명의 길, 살림의 길이라고 믿는 자들이 그리스도인이고 하나님나라를 사는 하늘가족입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나님을 닮아가기 위해 하나님만 충분히 바라보는 삶이고, 공동체적으로 진실한 공동체를 세워나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자녀들에게는 사회진화론자들이 말하는 생존경쟁과 적자생존이 아니라, 진리를 따르고, 진심을 다하고, 진실을 지키는 자녀로 키우는 것이 교회의 도리일 것입니다. 교회는 같이 그 길을 가자고 모인 것이고, 그렇게 사는 것이 옳다고 격려하는 곳이고, 그렇게 살도록 우리 자녀들에게 보여주는 곳입니다. 올해도 우리가 그렇게 진실한 공동체가, 진짜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제2회 사무총회를 준비하며,

담임목사 박규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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