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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떠나는 성지순례 6_광야의 밤

박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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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하루는 새벽0시부터 밤11시59분까지이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저녁을 하루의 시작으로 삼는다고 한다. 오늘 저녁부터 내일 저녁 전까지가 하루인 것이다. 우리에겐 하루의 끝이 밤이지만, 그들에게는 하루의 시작이 밤이다. 창세기1장은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하나님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알려준다. 없음이 더이상 없음이 아니듯, 유대인들의 시간에선 밤도 더이상 밤이 아니라는 뜻이지 않을까. 밤조차도 하나님이 일하시는 준비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하나님은 밤을 참 좋아하신다. 아브라함에게는 밤에 살짝 불러내셔서 당신의 가슴뛰는 뜻을 밝히셨다. 밤하늘의 별을 자랑하듯 보여주시며, 하나님의 계획을 심어주셨다. 야곱에서는 한밤중에 찾아가셔서 야곱이 죽기 직전까지 씨름을 하셨다. 야곱이 죽어야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까닭일 것이다. 그에게는 반드시 밤이 필요했다. 또 예수님께서도 한밤중에 태어나셨고, 한밤중에 양떼를 지키는 목동들이 가장 처음 주님을 맞이하였다. 그렇게 보면 밤은 분명 어둠의 시간이지만, 주님의 임재가 가장 분명한 시간인 것이다.


그런데 문명과 과학이 발전해갈수록 밤은 사라져간다. 인공의 빛들이 어둠을 허락지 않는다. 이제 어둠은 피해야 할 두려움일 뿐이다. 밤은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시간이다. 모두가 잠든 밤에도 하나님은 세상을 운행하시고, 우리를 지키신다는 신앙을 반복적으로 고백하고 경험하게 하는 시간이다. 그런 밤이 사라져버렸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환한 빛과 오락거리 속에서 머물다, 어쩔 수 없이 잠을 자기위해 불을 끈다. 하지만 그마저도 힘들어졌다. 이제는 어둠 속에서 눈이 침침해질 때까지 스마트폰을 매만지다 잠든다.


광야에서의 하룻밤을 지내보고 싶다. 말 그대로 광야 한복판, 아무 소리도 없는, 그저 바람소리와 어둠과 별빛만 가득한 광야에서 아브라함이 느꼈을 막막함을, 야곱이 느꼈을 두려움을, 목동들이 느꼈을 신비함을 나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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