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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떠나는 성지순례 4_겟세마네(Gethsemane)

박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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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주님을 그토록 간절히 기도하게 했을까? 신앙이 자라보니 하나님께 맡긴다는 것의 기쁨과 평안을 알겠다. 때때로 조금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결국 마음의 진심을 담아 기도하게 된다. "주님의 뜻이 이뤄지길 원합니다.", "제 뜻이 아닌 주님 뜻대로 하십시오." 때로는 방법이 없어서, 때로는 안 될 것을 알기에, 때로는 나조차도 확신이 없어서지만 하나님께 맡긴다는 기도를 어렵지 않게 하곤 한다.

 

나 같은 미물도 그러한데, 주님께서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신 걸까? 인간조차도 대의를 위해 서슴없이 자기 목숨을 버리고, 다른 이를 위해 자기 삶을 기꺼이 내어놓는데 말이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왜 그렇게도 약하디 약한 모습을 보이셨을까?

 

겟세마네는 십자가를 위해 기도하시던 곳이다. 하나님과 완전히 하나이셨던 분이 이제 철저한 단절과 분리를 경험하게 되심을 고통스러워 하시며 기도하던 곳이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 그래서 세 번이나 지나가게 해달라고 기도하신 것일까? 머리로는 알 것 같은데, 가슴으로는 와닿지가 않는다.

 

질문을 바꿔 본다. 내가 그 자리에 서게 되면, 무슨 기도를 할까? 내 기도가 아닌, 가족을 위한, 교인을 위한 기도가 전부일게다. 생각이 거기에 닿으니, 주님도 그러셨을 것 같다. 주님 자신을 위한 기도를 넘어, 신자들을 위해 기도하셨을 것이다. 양을 이리 가운데 둠을 염려하신 기도였을 것이다.

 

겟세마네의 기도는 우리를 위한 기도였다. 십자가가 무겁고 무거워 세 번이나 기도한 게 아니라, 우리가 눈에 밟히고 밟혀 드린 기도이다. 이제 교회가 순교의 피 위에 설 것을 아시고, 순교자들을 위해, 배교자들을 위해, 핍박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하신 것이다.

 

겟세마네에는 세계 각지에서 찾아와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고, 묵상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주님께서 겟세마네에서 드리신 그 간절한, 피같은 기도는 바로 그들의 믿음이 떨어지지 않기를 간구하신 기도이다. 양을 이리 가운데 보냄 같이, 깨어지고 망가진 세상에 있는 우리를 위한 기도이셨다. 그래서 성령님을 보내주셨고, 이제는 우리 마음에 들어와 계신다. 그리고 지금도 말할 수 없는 탄식의 기도를 내 마음 속의 겟세마네에서 여전히 하고 계신다. "내니 두려워말라"하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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