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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강단을 넘기는 이유

박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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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회자가 되고 나서 해보고 싶은 것 가운데 하나는 주일에 휴가를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아직까지 목사가 주일에 휴가를 갖는다는 것이 썩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초기 목회자들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목회를 한 까닭입니다. 그리고 그 덕에 교회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나라가 되었지요. 신앙의 후배요, 목회의 후배로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아픈 부분도 있습니다. 목회자의 엄청난 헌신으로 세워진 교회이다 보니, 교회에서 목회자가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때론 예수님은 안 계셔도, 그 목사님은 안 계시면 큰일 날 것 같은 교회의 모습들이 보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건지, 그 목사를 믿는 건지 일반인이 보면 헷갈릴 정도입니다. 대단한 목사님이 계셨던 한 대형교회에서 후임목사가 적응하지 못하고 물러날 때, “그 교회는 예수님이 오셔도 쫓겨나실 것”이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었습니다.


1년에 한 번, 주일에 휴가를 갖는 것은 교회의 주인이 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결단입니다. 더군다나 개척교회의 경우 담임목사가 한 주만 자리를 비워도 큰일이 일어난다고 걱정과 염려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제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면, 예수님의 교회가 아니라 저의 교회가 될 겁니다. 예수님의 은혜보다, 모든 걸 헌신한 저의 공로가 돋보일 겁니다. 강단은 은혜를 흘러보내는 샘이 아니라, 선동의 자리가 될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교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의미있는 자리, 주일강단입니다. 일부러 그 자리를 잠시 비우는 것, 그리고 평안하고 안심하는 것, 그것이 저에게는 나름의 신앙고백이고 결단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외부의 인물이 아닌, 같은 공동체의 교역자에게 내어주는 것, 그것은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부족하건 아니건, 그에게 한 번의 시간을 주는 것도 어려운 공동체라면 분명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겠지요.


또한 주일에 갖는 휴가는 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합니다. 휴가 가서도 설교준비한다고 아이들과 편하게 놀지 못하는 교역자들이 있습니다. 설교준비해야한다고 빨리 돌아가자고 아이들을 다그치는 교역자들도 많습니다. 그에게나, 가족에게나 휴가가 휴가일리 없습니다.


작년에는 교역자가 있지도 않았고, 설립 첫 해여서 부득이하게 주일휴가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두 분의 전도사님이 있고, 여러분과의 일대일성경공부도 잘 진행되어 평안한 마음으로 주일휴가를 떠납니다. 교회생각 안 하고(?) 잘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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