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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들으면 뒤집어질 말

박규남
조회수 39

         시인은 어렵게 살아야 1


이성복 시인이 물었다.

“시인은 끈질기게 어렵게 살아야 시인이 아닐까요?

보들레르, 랭보, 두보(杜甫)를 보세요.”

어려운 삶!

일찍이 호머는 눈이 멀어

지중해를 온통 붉은 포도주로 채웠고,

굴원(屈原)은 노이로제에 시달리며 

양자강 상류를 온통 흑백으로 칠했다.

저 어려운 색깔들!


“시인은 끈질기게 어렵게 살아야......”

말 잠시 끊고 창밖 풍경을 바라본다.

시야 한 번 닫았다 여는 눈보라,

그 열림 속으로 새 하나가 맨발로 날아간다.


                                    - 황동규 -



  시의 제목에서 시인의 고뇌가 느껴집니다. “시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고뇌와 치열한 번민이겠지요. 벌거벗은 물질의 시대, 이제는 대놓고 탐욕과 욕망을 부추기고 칭송하는 시대입니다. 이제는 성공과 명예를 가리거나 포장하지도 않고, 돈과 힘을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찬양하고 추앙합니다. 그런 시대에 가난에 쫓기고, 고독에 쫓기며, ‘맨발’로 구차하고 외롭게 살아갈수록 시인의 말은 양날을 가진 칼이 되는 것이겠지요. 


  시인을 변호해주는 것은 그 자신의 시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자신의 시가 그를 변호해주는 날이 오리라고 기대하며, 끈질기게 눈보라가 앞을 가린 어려운 삶을 떠나지 않아야 한다고 믿고 사나 봅니다. 


  어려운 삶을 당연하게 여기는 마음이 참 대단합니다. “목사는 어렵게 살아야” 이렇게 바꾸어보면 제 아내가 뒤집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며칠 전 생긴 목돈을 주님 것이라고 그대로 드린 걸 보면, “아멘!”하며 한술 더 뜰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하늘을 노래하는 천상의 시인들입니다. 우리는 하늘이 내려주신 말을 생의 언어로 전하는 말씀의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누군가는 뒤집어지고, 누군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 또한 저 시인들처럼 끈질기게 눈보라 앞을 가린 어려운 삶을 떠나지 않아야 할 겁니다. 복 있으라, 그대 푸른이들이여! 하늘가족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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