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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 행복한 사람

박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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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보니 식사 때를 놓칠 때가 많게 되네요. 이동 중에 뭘 먹기도 애매하구요. 그러던 차에 칼로리도 적고, 식감도 좋고 해서 강냉이뻥튀기를 주문했습니다. 감이 없어서 5kg대용량을 주문했는데, 받아보니 키가 윤성이만 하네요. 부지런히 먹어도 도무지 줄지가 않습니다. 차 안에서, 집에서, 또 일어나자마자, 아침으로 열심히 먹는데도 양이 그대로입니다. 제 속만 더 안 좋아졌구요. 아무리 맛있는 것도, 아무리 가벼운 음식도 적정수준을 넘어서면 탈이 나고, 오히려 안 먹느니만 못하게 되는 것을 절실히 배웠습니다. 남은 강냉이를 어떻게 할까? 심방을 가야겠습니다. 이름하여 강냉이 심방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차타고 다니다 허전하면 먹어야지’하고 먹을 것을 재어두면 먹게 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먹을 것이 없으면, 왜 그리 먹을 게 생각나는 지 모릅니다. ‘먹을 걸 좀 사 둘걸’,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걸 준비해 둘걸’하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 좋은 것은, 행복한 것은 먹을 것이 많은 게 아니라 배고픈 게 좋은 거고 배고픈 게 행복하다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먹을 게 많아도 먹고 싶지가 않고 배가 고프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지 않을까요? 값비싼 음식이면 뭐할까요! 맛있게 먹을 수 없다면 그림의 떡이지요. 그러나 보리밥에 김치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겠지요.


배가 고파 온다는 것,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간절히 원하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은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을 먹지 않고 있으니 저녁의 시간이 너무 많은 것 같고 왠지 할 일이 없어진 것 같았습니다. 사람이 먹는 일에 정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것을 알았고 또 먹는 일이 그만큼 사람에게 중요하다는 것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먹을 수 있다는 것, 먹을 것을 주신 하나님의 은총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배고픈 가운데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쌓아놓고 여유부리며 먹고 싶지 않지만, 때가 되었고 자꾸 먹으라고 하니까 억지로 먹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먹는 것이 맛있을 리 없고, 먹는 것이 행복하고 감사할 리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배고플 때 먹는 것이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식사는 배고픈 사람의 식사라고 한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배고픔이 아닐까요. 속을 비우고 좀 굶주리는 삶이 아닐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족하지 않습니다. 가지고 더 가져도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있는 사람들이 더 무섭다”는 말이 그래 나온 거겠지요. 이것은 인간의 욕심이고 욕망입니다. 기독교영성에서 자발적 가난을 말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진실한 영성을 얻고 참된 하나님의 은혜와 삶의 축복을 맛보기 위해서 그런 삶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 가운데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란 기도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어떻게 축복하시는지를 알고 싶다면 더 가난해져야 합니다. 하나님이 나에게 무엇을 먹이실까? 를 기대한다면 더 많이 버려야 합니다.


배고픈 건 나쁜 게 아닙니다. 배가 고파 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사랑하는 푸른이여러분들이 그 행복을 잃거나 빼앗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얻고 쌓는 것 못지않게 버리고 비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무엇을 먹을까”보다는 “어떻게 먹을까”를 생각할 때입니다. 이미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온전히 준비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그저 배고픈 사람이 되어 맛있게 먹으면 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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