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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기적은 뭐니?"

박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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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의 추천으로 읽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일본의 시각장애 언어학자 호리코시 요시하루가 쓴 『귀로 보고 손으로 읽으면』(김영사)입니다. 일본 특유의 감성과 생각이 느껴져 술술 읽히지는 않았지만, 벼락같은 몇몇 이야기들이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중 한 대목을 소개합니다.


     학교에 다니던 시절, 내 주변에는 어째서인지 늘 기독교인들이 있었다. 몇 명은 아주 열심히 예수 그리스도의 기적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열심히 기도했더니 갑자기 눈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흘러나오더니 보였다!” 이런 간증을 자주 읽어주었다. 그러니 너도 지금 바로 예수님을 믿고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라는 것이었으리라. 신앙을 강하게 거부하던 나는 이렇게 권유받을 때 항상 제기한 반론이 있었다. “만약 당신들이 말하는 전능의 신이 계셔서 온 세상을 창조하셨다면 장애인도 그 신의 손으로 만드셨을 것이다. 내가 시각장애인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신이 세우신 계획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장애인으로서 멋지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신이 주신 사명 아닐까. 그런데 왜 나에게 기적을 빌라고 하는가?”

     그런 내가 기독교 신앙을 얻었으니, 정말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일이긴 하다. 그럼에도 기적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할 생각은 전혀 없다.(p.42)


기적을 구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이 어떻게 와 닿으시나요? 시각장애인이라는 태생적인 조건에 대해 얼마든지 원망할 수도 있을 텐데 그러지 않겠다고 합니다. 오히려 자신이 시각장애인인 것이 하나님의 실수가 아니라면, 그리고 자신이 여전히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귀한 사람이라면, 시각장애인으로서 멋지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라고 말합니다. 


     북쪽으로 갈수록 추워진다. 당연하다. 그런데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북쪽으로 갈수록 더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내게만 당연한 것을 세상의 법칙인 양 여기면서 다른 것을 틀렸다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시시하기 짝이 없다. 익숙한 풍경이더라도 한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자.(p.88)


“내게만 당연한 것을 세상의 법칙인 양 여기면서” 산다는 말에 멈춰서게 됩니다. 생각하기 싫어하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데 미숙한 제 본성을 꼬집는 듯 합니다. “그게 당연해”, “그렇게 하는 게 자연스러운거야”, “원래 그래”. 자신이 멋진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짜 기적이라고 말하는 그가 참 멋집니다. 그리고 제게도 묻는 듯합니다. “너의 기적은 뭐니?” 저도 포기하지 않고 미숙한 제 본성과 치열하게 대거리하며 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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