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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사무총회를 준비하며

박규남
조회수 287


사무총회록을 만들던 중에 생각나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누가복음에 나오는 한 과수원지기의 이야기(눅13:6~9)입니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정리하겠다는 주인의 명에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과수원지기는 간청하지요. 사무총회록이 어떤 의미에서는 성적표 또는 실적표처럼 느껴져서 그런가 봅니다. 그저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고 정리하는 것일 뿐인데, 어느새 드러내고, 보여주고, 인정받고, 그런 것들을 숫자와 도형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자리를 잡고 있었나 봅니다. 그 마음을 내려놓고 보니, 또 다른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우리에게 주시는 모든 시간 시간이 사실 과수원지기의 간청같은 일들이지 않을까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오래참으심이, 좀 더 지켜보시는 은총이 한해를 마무리하고, 한해를 시작하고, 또 한해를 살아내게 하는 것이니까요.


‘2024년에 왜 좀 더 열심히 하지 못했을까?’, ‘왜 좀 더 사랑하고 이해하고 함께하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 반 죄송함 반의 마음이 가득합니다. 그러면서도 한자 한자 정리하다보니 우리가 열심히 살고, 참 잘했다고 여겨지는 것도 많았습니다. 2024년의 첫 날을 송구영신예배로 함께 했습니다. 처음으로 함께 한 시간이었지요. 그 감동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연이어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슬픔을 당한 형제를 온 교우가 함께 품고 위로하는 일이 있었고, 설 온가족세배에서는 오가는 현찰 속에 웃음이 싹트고 사랑도 넘쳤습니다. 사택에서 신곡리로, 신곡리에서 교회로, 교회에서 대곶으로, 대곶에서 불로동으로 한해 4번의 이사에 멘탈이 나갈만도 한데 나중에 훈장처럼 이야기 할 거리가 생겼다며 서로 가볍게 위로하며 넘기기도 했습니다. 


찬양팀을 위한 두 번의 워크샵은 우리가 얼마나 찬양에 진심인지, 우리의 수준이 얼마나 세계적(?)인지를 가늠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교회를 철거하고 카페에서 모이기로 한 것은 우리에게 큰 결단이고 도전이었지요. 긴장 반 염려 반으로 시작한 시간을 잘 걸었고 잘 즐겼습니다. 


건물에 나가야 할 돈을 아끼니 온가족수련회는 호텔급 장소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 어느해보다 유익했고, 공동체가 없고, 그리스도를 모르는 이들을 섬기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가슴졸이던 순천형제의 복직이 순적하게 이어졌고, 추워지기 전에 새로운 장소를 얻어 모두가 손보고 꾸미며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그렇다고 무슨 일이 있고 어떤 행사나 사업이 있어야만 잘 산 것은 아닐겁니다.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 감사하고 감격스럽지만, 비할 바 없이 더 감사하고 귀한 것은 사랑하는 푸른이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열심히 살았고, 주일에 모여 공동체예배를 하나님께 드린 것입니다. 그것보다 더한 것이 과연 있기나 할까요! 푸른이들 주님을 사랑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가치와 기준이 말씀에 있다는 것, 제게는 그것이 가장 행복하고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가장 큰 일이고, 가장 귀한 일입니다. 올해 여전히 제가 가장 경험하고 싶은 일입니다. “목사님, 올해 주님을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목사님, 전에는 멀게 느껴졌던 주님이 이제는 참 가까이 느껴집니다.”, “목사님, 주님을 더 사랑하고 싶습니다” 한 번 더 기회를 과수원지기의 기도를 우리 모두를 위해 드리고 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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